축구장 22개 크기 전시장…해도 뜨고 배도 뜬다

입력 2024-01-07 18:03   수정 2024-01-08 00:20


광주광역시 동구 1호선 문화전당역, 광주의 ‘원도심’으로 불리며 광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엔 조금 특별한 전시장이 있다. 신호등과 차도, 인도가 있는 일반 도로에서 마치 지하세계로 진입하듯 아래로 내려와야 만날 수 있는 곳. 어디가 시작이며 끝인지도 모를 만큼 광활한 공간,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.
국내 최대 복합문화공간
‘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’이란 타이틀을 지녔을 만큼 그 규모는 압도적이다. 부지 크기만 축구장 22개 규모다.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의 1.2배에 달하는 이 땅은 6개의 전시관, 계절수로 꾸민 정원, 대형 영상관, 공연장, 교육장으로 채워져 있다.

광주 문화의 심장,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신년을 특별하게 맞이할 수 있는 전시 세 개가 종합선물세트처럼 한꺼번에 관객을 찾아왔다. 전당 전시장 1관부터 4관을 모두 털어 전시를 마련했다. 각 전시장의 규모가 큰 만큼 대형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 작품들이 채워졌다.

1관에서 열리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 ‘디어 바바뇨냐: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’는 전시 제목 그대로 ‘해상 실크로드’가 전시의 모티브가 됐다. 아시아 3대 해상왕국으로 불리던 인도의 코친, 말레이시아 말라카, 중국의 취안저우 등 세 개의 도시를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. 이 세 도시에서 당시 ‘황금과도 바꾸지 않는 재료’로 불리던 후추가 교역됐다는 점에서 전시 영감을 얻었다.

바다를 항해하는 대형 선박처럼 꾸며진 전시장 양 옆에는 가로 48m, 높이 9.8m에 달하는 초대형 와이드 스크린을 설치해 파도치는 망망대해를 영상으로 꾸며냈다. 관객이 전시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선박 데크에서 끝없는 바다를 질주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.

이처럼 전당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대형 미디어 전시는 관객들로 하여금 단순히 작품을 서서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한 부분이 된 것처럼 느끼게끔 몰입시킨다.
관람객의 몰입감 극대화
바로 옆 2관에서 이뤄지는 전시 ‘이음 지음’은 관을 수십 개의 방 형태로 나눠 국내외 작가들을 선정해 분양해줬다. 전시장 한가운데 들어서면 수영장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중정에 도자기 그릇 180개가 둥둥 떠다니는 작품 ‘클리나멘’이 관객을 맞이한다. 밑에 물 펌프를 넣어 물이 여러 방향으로 흐르게 했다. 그 흐름을 따라 도자기들은 서로 부딪히고 피해간다.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과 작은 파동이 만들어 낸 자잘한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작품이다.

나가는 길에 마주하게 되는 자전거 바퀴로만 만든 높이 5.6m의 작품 ‘무한차륜’은 이 전시의 백미다. 자전거 안장은 하나인데, 그 뒤에 달린 바퀴는 무려 56개다. 관객이 직접 사다리를 타고 안장에 올라가 발을 구르면, 바퀴가 하나둘 서로 맞닿아 굴러가며 작은 힘으로도 56개의 바퀴를 모두 굴릴 수 있게 되는 체험형 작품이다.

마지막 3관과 4관에서 펼쳐지는 ‘가이아의 도시’전은 지구와 자연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. 이번에 열리는 세 전시 중 유일하게 미디어아트 체험형 작품을 배제한 전시다. 식물은 수동적인 존재라는 기존의 상식을 깬 전시 작품들이 걸렸다.

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역 문화를 넘어 관광과 경제에까지 긍정적 효과를 미치며 ‘효자’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. 이는 해마다 늘고 있는 관람객의 숫자로 증명됐다. 이강현 전당장은 “이제 광주 시민뿐만 아니라 수도권 등 다른 지역과 해외에서까지 전시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전당을 찾는다”고 했다. 지난해 11월까지 220만 명의 관객이 전당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. 이는 180만 명의 관객이 방문한 2022년보다 22% 늘어난 것이다.

신년에 맞춰 열린 세 개의 기획전은 전시 기간도 길다. 지역까지 관람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다. 미디어아트로 꾸며진 1관과 2관은 오는 6월까지, 3관과 4관은 3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.

광주=최지희 기자 mymasaki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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